🙇♂️ 가상자산 과세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tiger_research_
이번 조사에는 총 2,423명이 참여했습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가 통상 1천 명 안팎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과세에 대한 단순 찬반을 넘어 투자자들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으며, 과세 이후 어떤 행동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는 매일경제 지면과 기사에도 소개됐습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투자자들이 과세 자체를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73.7%가 과세에 반대했지만, 과세에 반대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51.5%는 제도가 충분히 보완된다면 과세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과세의 필요성에 동의한 응답자의 74.5%도 현행안을 그대로 시행하기보다 유예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문제로 본 것은 과세라는 원칙 자체만은 아니었습니다. 과세할 실제 이익을 제대로 계산할 수 있는지, 국내외 거래내역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지, 신고와 납부를 위한 준비가 갖춰져 있는지와 같이 현행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과세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흥미로웠습니다.
응답자의 72.1%는 다른 금융자산과 비교해 현재의 과세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봤고, 73.0%는 가상자산 과세가 20대와 30대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에 대한 우려는 20대와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40대 이상에서도 모두 과반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결과를 보면서 과세가 단순히 세금 부담의 문제만은 아니며, 다른 금융자산과의 형평성과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까지 함께 고려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설문을 진행한 뒤에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국내 거래소 밖에서 이뤄지는 거래까지 과세에 필요한 정보를 실제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체이널리시스(
@chainalysis)의 도움을 받아 이미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과 영국, 미국, 이탈리아의 거래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2025년 기준 CARF를 통한 사업자 정보보고만으로 이후 거래 흐름을 계속 확인하기 어려운 경로로 이동한 자산 비중은 일본 59.1%, 영국 65.2%, 미국 75.4%, 이탈리아 76.6%였습니다.
CARF가 해외 거래정보 확보를 보완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개인지갑이나 DEX 등으로 이동한 이후의 거래까지 사업자 정보보고만으로 계속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국가별 첫 정보교환 시점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차이가 있어, 과세 초기에는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하는 시점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별도 과세체계를 도입한 이탈리아의 변화도 눈에 띄었습니다. CARF 비포괄 경로로 이동한 비중은 2024년 50.4%에서 2025년 76.6%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개인지갑으로 전송된 금액도 45.7% 증가했습니다.
물론 과세가 이러한 변화를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과세를 시행하는 국가에서도 상당한 거래가 과세당국이 이후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설문에서는 과세 이후 69.7%가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73.1%는 국내 거래소 이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글로벌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통한 거래를 늘리겠다는 응답도 높았습니다.
이러한 설문 결과와 해외 과세 사례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국내 3대 거래소의 연간 거래대금은 과세 시행 이후 약 30%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거래량 감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내 거래 기반이 약해지는 동시에 일부 자금이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으로 이동하면 과세에 필요한 정보도 여러 경로로 흩어집니다.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국내 시장과 과세 기반을 함께 약화시킬 가능성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와 체이널리시스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며 과세제도를 준비할 때 확인해야 할 부분도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손익과 취득가액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지, 국내외 거래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금융자산과의 형평성이나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처럼 투자자들이 과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시행한 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보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과 사회적 수용성을 먼저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계속 변화하는 만큼 과세 역시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설문에 참여하고 주변에 공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